서울시향 정명훈 지휘자 '오디션' 마쳐
조선일보 | 2005/05/10“연주자들의 수준은 꽤 높았습니다. 단원들 실력이야말로 오케스트라의 출발점입니다. 앞으로 세계 수준에 도달하기 위해 상시 평가를 계속할 생각입니다.” 서울시향 음악 고문으로 부임한 지휘자 정명훈은 29일 ‘오디션 강행군’을 마치고 일본으로 떠나며 그렇게 말했다. 미국 연주회를 마치고 귀국한 그는 24일부터 28일까지 닷새 동안 하루 11시간이 넘는 살인적 스케줄을 치렀다. 내년 서울시향 상임 음악감독으로 올 예정인 그는 시향 단원을 오디션으로 새로 뽑겠다고 말해 왔다. 악장, 수석·부수석급 연주자 28명을 뽑는 이번 오디션에는 시향단원을 비롯, 외부 연주자 등 279명이 몰려 9.9대1의 치열한 경쟁률을 보였다. 정명훈은 오디션 기간 동안 매일 아침 9시부터 저녁 8~9시까지 11시간 이상씩 세종문화회관 서울시향 연습실에 앉아 연주를 듣고 또 들었다. 플루트 수석 1명을 선발하는 25일 오디션에는 연주자 41명이 몰렸다. 오디션 곡인 모차르트의 플루트 협주곡을 41번이나 들었다는 이야기다. “오케스트라의 힘은 단원들 하나하나의 연주력에 달렸다”고 강조한 그는, 이와 함께 오케스트라 수준을 높이는 데 필요한 요소로 ▲이들을 효과적으로 묶어내는 지휘자와 ▲오케스트라에 대한 탄탄한 지원을 꼽았다. “오디션에 응시한 인재 풀(pool)을 최대한 활용할 것입니다. 설령 악장 오디션에 탈락하더라도 수석·부수석 오디션에 응할 수 있는 기회를 주고, 수석 오디션에서 떨어지더라도 일반 단원으로 재응시할 수 있도록 해 좋은 연주자를 최대한 확보해야 합니다.” 오디션은 정명훈과 이번에 부지휘자로 영입된 번디트 운그랑시(태국), 아릴 레머라이트(노르웨이), 러시아 상트 페테르부르크 심포니의 악장인 알렉산더 슈스틴이 평가했다. 살인적인 스케줄 때문에 이들은 샌드위치와 초밥으로 점심을 때우며 평가단과 토론에 열중했다. 악장, 수석·부수석급 연주자 오디션을 마친 정명훈은 29일 일본 도쿄로 떠났으며, 부지휘자들이 주관하는 일반 단원 오디션은 5월 2일까지 계속된다. 정명훈은 오는 8월 중순쯤 서울시향의 첫 지휘봉을 잡을 예정이다. (김성현기자 [ danpa.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