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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도자료

딱지대장의 피아노 도전기

피아노스타 | 2004/11/10

아이가 요즘 피아노를 배운다. 피아노 배우기는 오랫동안 아이의 바람이었다. 아직 손이 작아서, 혹은 아직 시간이 없어서 등의 이유로 미뤄오던 것을 전주 외가에 한 달 남짓 살면서 피아노학원에 다니게 되었다. 아이의 첫 피아노 선생님은 칭찬 지상주의자인 것만 같았다. 선생님에 따르면 아이는 거의 모차르트 수준의 음악신동이었다. 문제는 그 학원에 다니는 모든 아이들이 다 모차르트라는 점이었다.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더니 아이는 제가 정말로 피아노 천재인줄 알고 물살을 가르며 춤추는 고래처럼 학원으로 달려가곤 했다. 대전 집으로 돌아오면서 피아노 학원을 옮겼는데 이 선생님은 깐깐하고 정확하기로 소문이 난 분이었다. 학원을 옮긴지 이틀도 안되어 선생님에게서 전화가 걸려왔다. 아이가 입으로는 척척인데 손으로는 제대로 할 줄 아는 게 없어 음도 틀리고 박자도 틀린다는 것이다. 선생님은 그날 마음 먹고 아이 옆에 바짝 붙어 앉아 꼼꼼하게 건반 누르는 법이나 박자 세는 법 등을 가르쳐주셨다고 한다. 하지만 그 40분의 시간이 아이에겐 엄청난 부담과 실망감을 안겨주었나 보다. 며칠 후 분명 피아노 학원에 있어야 할 시간인데 아이가 불쑥 집으로 들어왔다. 학원에 가기 싫어 여기 저기 쏘다니다가 왔단다. 그렇게 가기 싫으면 그만 두어도 좋다고 했더니 아이는 대답이 없다. 피아노를 잘 치고는 싶은데 당장 배우는 게 너무 힘들다는 게 아이의 주장이다. 순간 어디서 주워들은 말인지 나름대로 핑계도 대본다. “나는 아직 손이 작아서 피아노 배우기 힘들어. 나중에 손이 더 크면 그때 배울 거야.” 아이는 제 대답이 나름대로 흡족했는지 방으로 쏙 들어가 열심히 딱지치기 연습을 한다. 내가 어렸을 때는 주로 ‘있는 집’ 아이들이 피아노를 배웠다. ‘있는 집’ 막내딸이었던 사촌언니는 피아노를 제법 쳤는데, 어느 날 나를 데리고 가 피아노를 가르쳐주겠다고 했다. 이게 웬 떡이냐, 피아노를 배우지 못해 목말랐던 나는 사촌언니의 선심이 고맙기 그지없었다. 사실 사촌언니도 거의 논다는 생각으로 나를 가르쳤는데, 오른손 연습을 하고 왼손연습을 하다가 드디어 양손 연습을 하는 날 사고를 치고 말았다. 양손의 협응이 잘 안돼 헤매고 있는데, 사촌언니가 자기 선생님한테 배운 대로 한답시고 어디서 30㎝ 자를 가지고 오더니 내 손등을 냅다 때리기 시작한 것이다. 언니는 어쩜 피아노 가르치기보다 자로 손등 때리기가 더 하고 싶었던 놀이였던 양 무지 재밌다는 표정으로 내 손등을 찰싹찰싹 때리고 있었다. 나는 손등도 아프고 자존심도 상해 엉엉 울며 집으로 돌아가 버렸고 그 날 이후 피아노와 나의 인연은 싹둑 잘리고 말았다. 교실 한 구석에 있던 풍금을 열어 젓가락 행진곡을 통통거리며 연주하는 친구를 볼 때, 무엇보다 음악 실기시험 때 남들 피아노 치고 바이올린 켜고 기타 치는데 나 홀로 피리 불어야 할 때, 나는 그날을 생각했다. 아! 자존심이여. 너는 과연 무엇이었기에 피아노를 배울 수 있는 유일한 기회를 스스로 차버렸는가. 나는 좀더 자존심을 구기고 피아노를 배웠어야 했다. 손등을 맞는 아픔 따위야 어디 피아노 건반 위를 날 듯 연주하는 손가락의 자유로움에 비하겠는가. 내 손등은 손가락의 기쁨을 위해 좀 더 인내심을 발휘했어야 했다. 아이 방에서 철썩철썩 딱치 치는 소리가 경쾌하다. 딱지치기는 요즘 남자애들 사이에서 인기절정이다. 1주일전만 해도 아이는 딱지를 접을 줄 모른다고, 혹은 딱지가 잘 안 넘어간다고 제 아빠에게 징징거렸다. 제 아빠가 어린 시절의 딱지기술을 전수해주고(내 분야가 아니므로 잘 알아들을 수 없었지만 어디를 집중적으로 공략하라, 어느 재질의 종이가 최고다, 손목의 스냅이 중요하다 등의 말들이 오갔다) 같이 몇 번 치고 하더니 아이는 어느새 딱지치기의 고수가 되었다. 아들아. 피아노도 그럴 수 있지 않을까? 학교 가서 실기시험을 잘 봐야하기 때문에 피아노를 배우라고 하는 게 아니다. 남들 첼로 켤 때 혼자서 용기 있게 캐스터네츠나 트라이앵글을 칠 수 있다면 나는 아이에게 박수를 쳐주겠다. 결국 실기시험에서 낙제를 했다한들 최선을 다했다면 나는 아이의 어깨를 두들겨주겠다. 하지만 스스로 피아노를 치는 게 즐겁다면, 스스로 피아노를 원하고 있다면 배우는 과정에서의 부담감이나 어려움 정도는 이겨낼 줄 아는 아이가 되었으면 좋겠다. 아이랑 딱지치기를 한판 했다. 물론 내가 완패했다. 아이는 백전백승, 승승장구에 이어 의기양양을 거쳐 오만불손의 지경까지 이르렀다. “언제부터 이렇게 딱지를 잘 쳤어?” “지난번에 아빠랑 연습한 다음부터.” “처음부터 잘 친 건 아니네?” “처음엔 못 쳤어. 맨날 졌어.” “뭐든지 처음부터 잘하는 사람은 없는가보다. 피아노도 그러겠다. 그치?” “피아노도 꾹 참고 치면 잘 할 수 있어?” “그럼. 모차르트도 처음부터 잘 한 건 아냐.” “모차르트가 누군데?” “유명한 음악가 아저씨야. 엄청 좋은 노래를 많이 만들었어. '반짝반짝 작은 별' 노래도 이 아저씨가 만들었대.” “그럼 나도 꾹 참고 하면 이 아저씨처럼 돼?” 다음날부터 아이는 묵묵히 피아노 학원에 다닌다. 딱히 싫어하는 눈치는 아니다. 가끔은 선생님께 칭찬도 받았다고 자랑도 한다. 아이의 고사리 손을 잡고 입을 맞추며 나는 아이가 피아노를 잘 치기보다는 피아노를 사랑하게 되기를 바라고 있다. 즐기게 되기를 바란다. 그리고 한가지 더, 모차르트가 네 살 때부터 작곡을 한 천재적인 음악가였다는 사실은 당분간 아이에게는 비밀이다. - 조선일보 줌마클럽 중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