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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기고문-호모무지쿠스, 음악본능을 놀이로 일깨우자

고양지사 | 2010-05-20

고양지사에서 올린 교육기고문입니다.

 

내일신문  일산 덕양 파주 김포  824호

 

 

 

호모 무지쿠스-음악 본능을 놀이로 일깨우자

 

클래식 음악을 조금만 들어도 짜증이 난다는 어떤 중학생에게 언제부터 그랬느냐고 물어보았다. 고개를 갸웃하더니 초등학교 1-2학년 때부터였다고 답했다.

음악을 좋아하느냐고 다시 물었더니, 클래식 음악만 빼고는 다 좋다고 했다.

왜 이런 현상이 생겼을까?

 클래식 음악이 어려워서?  서양 것이어서?  요즘 대중음악에 혼을 빼앗겨서?

 조금 더 근본적인 수준에서 문제를 풀어가 보기로 하자.

 

인간은 음악 본능을 타고 태어난 존재이다

 

모든 음악은 리듬과 멜로디와 하모니의 조합이다.

음악을 '자연의 모방'으로 정의한 아리스토텔레스 이후로, 많은 사람들은 이 음악적 조합이 외적 자연을 내면화해서 예술적 창조물로 재현하는 인간의 고유한 능력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자연을 음악으로 재현하는 인간 능력은 어디서 오는가?

우리가 음악의 원천을 자연이라고 보지 않고, 인간에게 내재한 어떤 원형적 음악능력이 자연에서 리듬과 멜로디와 하모니를 찾아내고 조합한다는 식으로 관점을 바꾸어 보면, 답은 훨씬 쉬워질 수 있다.

인간 누구에게나 음악 본능이 있다고 보면 어떨까 하는 말이다.

 

1998년 영국작가 이언 매키언(Ian McEwan)은 <<암스테르담>>이라는 소설에서 인간본성을 음악적 관점에서 새롭게 정의한 바 있다.

"리듬과 멜로디를 '읽고' 하모니를 즐기는 우리의 능력은 언어를 습득하는 인간 고유의 능력과 마찬가지로 유전적으로 얻어지는 것입니다. 인류학자들은 인류의 모든 문화들에서 이 세 요소가 존재한다는 것을 발견했지요....

 멜로디 한 줄을 이해한다는 것은 복잡한 정신활동입니다만, 그것은 젖먹이도 할 수 있는 일이지요.

우리는 바로 호모 무지쿠스(Homo musicus: 음악적 존재로서의 인간)이기 때문입니다."

젖먹이만이 아니다. 태아도 청력이 형성되기 시작할 즈음(임신 4-6개월)이면 리듬과 멜로디와 하모니를 '즐긴다'고 한다.

태어나서도 모차르트 자장가를 들으며 평화롭게 잠들던 아이, 클래식에 기초한 동요들을 즐겁게 따라 부르던 아이가 왜 클래식 음악에 짜증을 내게 된 것일까?

 

악보는 음악 본능에 상처를 입힐 수 있다

 

답은 의외로 간단할 수 있다.

말을 제대로 조합하지 못하는 (단어들은 알아도 문법을 알지 못하는) 아이에게 완성된 문장부터 가르치려 든다면 그 아이는 글만 보아도 손사래를 칠 것이 뻔하다.

같은 이치에서 보면 태어날 때부터 내재해 있던 아이의 음악 본능을 억압해온 것은 '악보'라고 할 수 있다.

악보는 바이엘이든 체르니든 소나타든 모두 리듬, 멜로디, 하모니의 완성된 조합이요 글로 치자면 문법에 맞게 완성된 문장과도 같다.

악보에 새겨진 음악을 재현한다는 것은 뜻도 모르고 어려운 문장을 외는 것과 다르지 않다.

아이가 불만 없이 악보를 꼬박꼬박 재현하는 것을 보고 부모님은 우리 아이가 영재일 수 있다고 가슴 설렐지 모르겠지만, 전문가 소견으로는 그것이 아이의 음악적 본능에 대한 끔찍한 상처로 남을 수도 있다는 우려가 앞선다.

어떤 본능에 가해진 깊은 상처는 평생을 가도 지워지지 않는다.

사랑의 깊은 상처가 사랑의 불구로 굳어질 수 있듯이, 음악 본능에 가해진 상처는 음악 불구로 굳어질 수 있다. 이것은 음악을 잘하느냐 못하느냐로 그칠 문제가 아니다.

 아이가 인생의 희로애락을 자신의 음악적 본능에 맞추어 리듬으로, 멜로디로, 하모니로, 나아가서는 그 세 요소의 멋진 조합으로 승화시킬 수 있느냐 없느냐의 문제인 것이다.

클래식 음악만 싫고 나머지 음악(?)은 다 좋다는 어떤 중학생의 이야기는, 그에게 아직 음악 본능이 남아 있다는 증거이기도 하지만, 그에게는 클래식 음악이 음악 본능의 깊은 상처(트라우마)로 남아 있다는 증거이기도 하다.

그 학생은 아직 단어만 알고 문장을 완성시킬 줄은 모르는 유아로 남아 있고 그 상태는 오랫동안 (어쩌면 숨을 거둘 때까지) 지속될 수 있다.

 

음악 놀이가 악보 교육에 선행해야 한다.

 

호모 무지쿠스로 태어난 인간은 우선 본능에 새겨진 리듬, 멜로디, 하모니를 잘 이끌어내는 훈련부터 받아야 한다.

그 음악의 세 요소는 무엇보다 '몸'에 배어야 한다.

놀이를 통해 '체득된' 그 세 요소는 아이들이 그들을 둘러싼 환경에 적응해 가는 동안 각자 나름의 수준에서 '조합되는' 경향을 보일 것이다.

이는 창의력이라고 부를 수도, 환경에 대한 음악적 적응력이라고도 부를 수도 있는 능력이다. 이런 능력을 갖춘 아이는 어떤 환경도 음악적으로 승화시킬 수 있고 그것에 적응해갈 수 있다.

이때에야 비로소 악보가 필요하다. 자신의 음악적 조합을 조금 더 성숙시킬 수 있는 방법을 악보를 통해 배우는 것이다.

음악을 5세에 시작하든 초등학교 몇 학년에 시작하든, 놀이를 통해 음악의 3요소를 몸에 익히기 전에 악보부터 내미는 우를 범해서는 안 될 것이다.

서두에 소개한 어떤 중학생이 초등학교 1-2학년 때부터 음악에 염증을 내기 시작한 것은 몸에 밴 리듬, 멜로디, 하모니가 없이 악보를 강요받았기 때문이다.

이것부터 고쳐야 한다.

 

고양지사